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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1분, 17번과 23번의 하품

 

 

뿌옇고 흐리멍덩해진 오른쪽 눈으로

바라본 지점

형광등 불빛이 가득한 방 안에서 블라인드가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저 집 어른이 장난을 치는 것일까. 놀이를 하는 것일까.

 

오른쪽 눈이 이보다 더 명료하게 저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면

만족스러웠을까.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도 상황은 변화가 없지. 

악화되거나 나아질 기미없이

몇 초전,  몇 분 전, 며칠 전과 같은 상태. 

딱히 시간이랄지 기간이랄지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닦아도 닦일 생각을 않는 오른쪽 눈알 덕택에

하품을 1분에 17번.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생각. 

 

찡긋거리는 오른쪽 눈을.

이 눈알을 데리고 버텨야 한다. 

버텨야 할까?

 

단숨에 파내버리면 조금 시원하지 않을까. 

그것이 찰나일지라도

파내는 그 순간만큼은 조금 시원치 않을까. 

푹 파인 홀에 찬 바람

그 바람이 구멍에 들어찼다 나갈 때 흐릿함까지 가져가 주지 않을까

 

또다시 하품 

하품을 1분에 23번

1분의 절반을 하품으로 보내고 있다. 

하품 한 번이면 몇 초간은 모든 것이 명료해지니까. 

 

그러니 60초의 반은 흐리멍덩한 채로 

나머지 반은 하품으로 보내는 것이다. 

 

또 하품. 그러나 싫지 않다. 

이제야 뚜렷이 보인다. 블라인드를 올렸다 내렸다 한 장본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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