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히 확장하는 검정에서 발가벗은 채로 유영을 했어
앞과 뒤의 경계가 사라지고
전과 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검정 속에서
몸을 띄우고 유영을 했어
눈물은 떨어지지 않고 가늘게 흘러 원형의 형상을 만들고
그 사이를 현악기의 화성음이 통과해.
짙게 깔린 현소리 위로
단선음의 오보에 소리가 이야기를 속삭이지.
중력의 추는 나를 잡아당겼고
그에 반하며 나는 계속 유영했어.
겹쳐지는 음악소리에 쓴 눈물을 훔치며
나는 앞으로 나아 갈 수도 아래로 떨어질 수도 없는 상태로
팔과 다리를 휘저었어
내가 황홀해하던 검정은 어디에 간 거야?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던 검정은 이제 막연한 두려움이 되어
나를 발가벗기고 있어
아득한 검정
천장도 바닥도 벽도 존재하지 않는 검정
내가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는 두려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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