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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사그라드는 모닥불 앞에서는 노닥거리는 게 아니야

 

궁리를 하자 어떤 궁리를 해볼까 

경계를 하자 무엇을 경계할까

그것들이 모두 물러나면

무엇이 남을까 

 

사그라드는 모닥불. 

타닥타닥 소리 내며 그물거리는 빛

형상을 형성하려는 모닥불의 잔재들.

 

사그라드는 모닥불 앞에서는 노닥거리는 게 아니야

모닥불 앞에서는 그것을 쳐다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왜 노닥거리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 

이해할 수가 없어

하지만 내가 그 노닥거림을 멈추게 할 권리도, 능력도 없으니까 

너희들은 계속 노닥거리렴.

 

참으면 돼. 나는 그냥 이렇게 쭉 참으면 될 거야.

참아왔고 참으면 될 거야. 

내가 귀를 틀어막고 참아볼게. 

너희들은 계속하던 노닥거림을 지속하렴.

 

모닥불이 사그라드는 시각 

고개를 젖혀.

별이 보이면 그것이 전달하는 차가운 빛을 들이마시고 

다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쳐다보지.

꺼져가던 모닥불을 누가 다시 찔렀나 보군.

 

그것들은 죽어가는 게 아니야 

잠들었다가 내일이면 보란 듯이 깨어있을걸 

너보다 먼저. 

 

궁리를 하자 어떤 궁리를 해볼까 

경계를 하자 무엇을 경계할까

그것들을 어찌 허물 수 있을까. 

그것들을 허물 수 있을까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