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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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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다만, 백스페이스가 뒤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전거 소리에 마음이 더부룩해졌고. 

물이 새는 소리가 옆으로 나란히 들린다. 

 

취약함과 경박함에 이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물이 떨어지는 곳 위로는 철제 계단이 아래로는 철제 하수구가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절망적인 그곳에서 

아주 조악스럽게 그리고 아주 치열하게 물방물들이 소리를 낸다. 

 

그것들이 철제 하수구에 부딪혀 튕겨져 나간다. 

매일 매 순간 다른 모양새와 질감으로 나에게 호소한다. 

 

도시와 젊은이들의 소리에 묻혀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면서도. 

그러게, 참 

멈추지 않는다. 

 

 

 

2

목구멍까지 울분이 차오른다.

그것은 울분인가 전율인가

연민인가 아픔인가 

분노인가 

 

황폐하도록 쓸쓸한 밤이 찾아오면 

당신은 또 다시 좌편으로 돌아누워 

울분을 삼키며 환통을 참아낸다. 

 

나는 흐느끼는 당신의 미세한 움직임을 본다

밝은 달빛이 발가락을 감싸 안는다. 

 

무엇도 할 수 없는 나는 

가슴이 미어져,  그저 숨을 참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던 놈이 

한동안 뜸하더니 다시 돌아왔다.

놈이 낸 구멍이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리면 

당신과 나는 몸을 아기처럼 웅크린다. 

웅크린 몸을 바짝 서로에게 대고 서로의 떨림을 주고받는다. 

 

여전히 너는 사랑이 불안하고 무섭고 떨리고 아프다더라. 

여전히 나는 사랑이 불안하고 무섭고 떨리고 아프다. 

 

줄 수 없어서 아프고

받을 수 없어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