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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Constellation ( Schubert Fantasie in F minor)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이어 석권하며 자리매김하고 있다. 

만장일치

세계적 권위 

압도적인 차이 

2 위없는 1위

 

비상을 앞둔 거대한 그림자를 가진 작은 새의 추락

다시는 그 홀에 빠지고 싶지 않아.

 

작은 새는 이 세상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세계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알 수 없는 위치로 자리매김당했다.

그것이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 

검은건반에 올려놓은 손이 또다시 떨린다. 

그저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어. 

그러나 작은 새는 자신의 큰 그림자를 굳이 굳이 등에 메고 

또다시 무엇인가를 석권하러 가야 한다. 

세계적 권위. 

유서 깊고 권위 있는 그것들을 쟁취해내야 한다. 

글을 쓰는 이는 가슴이 미어지지만 작은 새를 멈출 도리는 없다. 

작은 새는 너도 나도 아니잖아. 

 

 

비틀거리는 음악소리에 몸을 맡겨. 

그게 당신과 내가 살아야 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을 

알잖아.

그것에 기대는 수밖에 없어. 

 

네가 고개를 젖히고 미간을 넓히며 마음 저며할 때 

나는 고개 숙여 미간을 찌푸리며 그 저밈을 받든다. 

 

사랑한 나머지 분노하고 

사랑한 나머지 경멸한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너를 주저앉힌다.

눈물 한 바가지를 베개 위에 쏟아내다가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에 

마주 보고 몇 분 간을 미친 듯이 웃어댄다. 

한 음 한 음 꾹 눌러 담은 그것이 

응축된 너라는 것을. 그 품에 언제나 은장도를 품고 산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안다. 슬퍼말고 비상해라. 그러나 굳이 굳이 네 큰 그림자를 모두 등에 질 필요는 없어.

 

화려하게 피었어야 할 향 짙은 백합. 

그 옆에서.   뒤에서.   앞에서.

볕을 가리던  내가 이제야  너의 슬픔을 받든다. 

백합이 꽃피는 시절이 다시 돌아올지 미지수라 미안하다. 

나의 값이 미지수라 

유감스럽다. 

나의 백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