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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Birds do it, bees do it. Even educated fleas do it. Let's do it.

Birds do it, bees do it.
Even educated fleas do it.
Let's do it.

1
첼로와 바이올린
첼로와 바이올린. 섹스한다
섹스.
몸을 뒤섞는다 모든 게 뒤섞여 하나가 되어버렸다. 찬란한 살 덩어리, 아름다운 여러 빛깔의 살덩이.
창조. 세상에 존재 않던 덩어리가 창조되었다. 이번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섞어버린다.
우리가 새로이 탄생시킨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없이 의자에 앉는다.
거죽을 벗어던진다. 힘껏 최대한 멀리.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게.
어떤 것들은 한 때 뒤섞일 뻔했지만 망설임과 두려움 혹은 불안감으로 인해 섞일 수가 없었다.
무엇에 대한 불신이었나


2
끊임없이 호스들이 연결되어 환상적인 정원을 형성한다. 호스를 통해 첼로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피가 뽑히듯이
끝없이 뽑혀나간다. 구분할 새도 없이 그것들이 섞인다.
호스 안에서, 무른 줄기 안에서. 그것들은 서로의 것을 내어주고, 받으며
혼돈의 상태, 그 속에서 자신들을 뒤섞는다. 쉼은 없었다.
무른 줄기를 끊임없이 생성해내는 방법은 태엽을 감듯이 다리를 구르는 것. 동시에 칼림바를 치는 것.
칼림바 선율이 흐르면 그녀는 노래한다.
노래했다.
명석한 작은 거미가 거침없이, 영리하게 짜 놓은 거미줄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그것들을 뚫고 나오고 싶어 했다.
그녀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애타게 바랐다. 그녀는 분명 그 거미줄을 뚫고 자유로이 숨쉬기를 바라고 있었다.
끝내 그 대단한 짜임새의 거미줄을 뚫지는 못하였으나 그 속에 누워있던 누에는 스스로 깨달았다.
자신이 거미줄을 나오고 싶어 했다는 것을, 자신의 둘레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는 것을.

3
현소리와 목소리의 경계가 흐릿해질 때
그녀의 의식도 저편으로 넘어간다.
현과 목소리 섹스한다.
섹스.
몸을 눕히고, 다리는 붕 띄우고 그것들과 몸을 뒤섞는다. 피곤함과 기 빨림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섹스가 중요하다. 지금이어야 한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니까.


4
그녀는 매일 새벽 노래한다.
그녀는 잔디 깎는 소리가 유일하게 멈추는 정오에 노래한다.
현 같이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날 선 검처럼 날카롭게 노래한다.
그러나 웅장함.
그 위에서 거침없이 자신을 뽐내며 뛰놀던 목소리는
한순간 풀이 죽어 목구멍 속에서 막혀버린다. 소리는 성대를 타고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는다.
짙게 깔린 콘트라베이스와 첼로 소리만이 허공의 밑동을 채우고 있다.
그것들은 진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소리를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다는 의지를 들려주려는 듯.
그것들의 울림은 지속되고 있다.

5
그녀는 아름답다고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는 목소리를
다시금 청아하게 내뱉으며 자신을 가두었던 실타래에서 탈출하려 몸을 부딪힌다.
뛰쳐나가려고 부딪히고 부딪히고 부딪힌다.
멍이 들고 피가 흐르니 아프다.
그녀는 또다시 목소리 내는 것을 멈춘다.

6
울음이 그득한 눈을 한 소녀.
소녀가 고개를 비스듬히 젖히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녀는 또다시 노래한다.
그것이 짐승 같은 울부짖음일지라도 괴상한 소음으로 들릴지라도 그녀는 소녀를 위해서.
노래했다.
진이 다 빠져버린 상태이더라도,
초록빛을 모두 잃어 완전히 메마른 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들
그녀는 또다시 노래할 것이다. 소녀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한 그녀는 쉬지 않고 노래할 것이다.
숭고함으로 포장된 목소리를 쥐고선
그 속의 칼날을 풀잎들을 향해, 파란 꽃들을 향해 들이밀면서.
꺾여 화병에 꽂혀있는 초록 꽃들을 위로하면서.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별안간 아무 소리도 없는 침묵이 찾아오면
그녀는 또다시 노래할 테고, 목청을 높일 테고
요동하는 풀과 낙하하는 열매 소리. 고양이의 물 먹는 소리. 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의 교향을 멍하니 듣다가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가 창문을 걸어 잠그고 잠에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