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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뿌리를 가진 암석의 뿌리는 어디로.

꼴도 보기도 꼴도 듣기도 싫어라

그런 와중에도 동공에 정확히 맺힌 상. 

 

거기 정중앙.

초록빛을 띠는 거대한 덩어리 암석 비석 운석과도 같은 것이 있다.

그것들은 자신의 밑으로 숱한 뿌리를 얼기설기 꽤나 굳건히 내리고 있겠지.

 

일순간이었다. 모든 것은 삽시간에 발생했다.

덩어리의 등장이 위로부터의 곤두박질이었는지, 아래로부터의 솟음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 중앙이 중앙이라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지? 

그것 또한 알 방도가 없다. 

나타났으니 나타난 것. 보이니 보이는 것. 중앙이니 중앙인 것.

 

암흑 속에서도 덩어리가 뚜렷이 정 중앙에 존재했음을

그리고 그것이 숨죽이며 움직이고 있음을 그만이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외측으로는 숨소리 

무언가의 숨소리 

여럿의 숨소리가 끝없이 순환한다. 

상쾌하지 않은 그렇다고 메케하지도 않은.

 

 

그것이 부양한다. 뿌리가 없었던 모양이지.

일시적 부양일까

운석 같은 그것이 공중으로 띄어져 부양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 유랑하지는 않는다. 

 

초록빛이 암석에게서 거두어지고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를 발판 삼아 미세하게 남아있던 초록빛마저 모두 정중앙으로 쏠린다. 

무효.

그 공간이랄 것에서 모든 빛은 한 점으로 모여 무효처리가 된다.

 

간상체가 없는 그는 커다란 눈으로 두리번두리번. 

초록빛은 소멸했음에도 암석은 여전히 상. 

실상과 허상 그 사이 어디선가 상으로 존재한다.  

암석이 떠오르기를 멈추고 다시 제자리로 서서히 안착한다. 

그러나 각도가 조금 다르다 

각도를 조금 비튼 채로 안착했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비틀어짐과 어긋남.  이것은 표류하고 있는 것일까

 

뿌리를 가지지 못한 이것의 뿌리는 어디로 향했을까 

혹, 그 뿌리는 다른 암석으로 엉켜 붙지는 않았을까. 

덩어리는 자신의 뿌리를 잃은 채 여기저기 그러나 아주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자신에게서 뿌리가 나기는 할지 염려스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