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상 위 뒤엉킨 색의 고무찰흙을 응시하는 일.
꼬이고 꼬여 무슨 색인지 분간도 안되는 덩어리를 바라보는 일
덩어리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속이 메스꺼워진다.
시간을 업고 영토를 확장해오는 덩이.
덩어리는 기화되고 액화되어 방에 느리게 퍼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온 몸의 구멍을 막는 일
몸을 최대한 웅크려 덩어리의 그림자가 몸에 닿지 않게 노력하는 것
방안을 꽉 채운 괴랄한 덩어리가 숨을 조여 온다.
마지막 들숨.
그리고 날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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