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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파란 점



네 욕망은 그런 형상이니
볼 수 없는 새파란 점 같은.

그 점을 좀 더 명료하게 보고 싶어
이곳저곳 팔을 벌리고 휘저었더니 점이 스러져간다.
불규칙하게, 무작위로
예측할 수 없는 그만의 규칙을 가지고서.
모른 척했어야 했나, 그랬다면 스러지지는 않았을까.

사전 예고도 없이.
숨어버리는 파란 점을 마주하며 살았다.
그러니 어찌 돌아버리지 않을 수 있겠어.
그래서 미쳐버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 파란 점이 커지든 없어지든 희미해지든 명확해지든지 간에
동요됨이 없이 흐르듯 나아가려고 나 자신을 마취시킨 것이다.

그것이 또 다시 예고 없이 들이닥쳐
네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볼 수도,
내 정면으로 다가와 낄낄대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볼 수도 있겠지.
기대는 없어.

자신의 몸을 쪼개어 가루로 만들거나, 또 다른 점들을 데려와
온 천지를 자신들 몸으로 뒤덮고선
그것들에 온몸이 뒤덮여 허우적대는
파래진 나를,
새파래진 나를,

내가 그들이 되어가는 광경을 보고 흐뭇하게 웃을 수도 있겠지.

연상해보는 거야. 머릿속에서.
그곳에서마저도 그것들은 흐릿하지만.
움직이는 점을 놓치면 다시는 잡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희미하더라도
열심히 좇는 거야
파란 것의 움직임과 잔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