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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타지마할이 뒤집혔고, 노란색 구렁이는 또다시 여자를 찾아냈습니다.



타지마할이 뒤집혔다.
타지마할은 뒤집혔고
여느 때와 같이 그것이 평화처럼 보이기도 혼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내 노란색의 구렁이가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여자를 찾아냈다.
구렁이가 등장할 때에는 정신을 평소보다 번쩍 차려야 한다는 것
그 어느 때보다도 척추를 단단하게 곧추세운다.
구렁이는 몸을 조여올 때마다 그의 아름다운 저울을 여자 앞에다 들이민다.
저울은 언제나 거슬리지만 여자는 그 순간을 진정 즐긴다.

노란 구렁이는 여전히 여자의 몸을 감싸고 있다.
그는 그러나 그녀의 숨이 완전히 막힐 정도로 감싸지는 않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어느 정도의 여지를 준다.

무엇을 택해야 할까.
그냥 두어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하나가 뒷방으로 물러난다는 것을 알지만
여자는 지금 시간이 없으니. 어떻게든 현명한 척.
자신이 혜안이 있다 믿으며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노란 구렁이는 두 가지 선택권을 쥐어주고 더욱 몸을 조여 온다.
아직 숨을 쉴 틈은 있다.

망각할지언정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할까.
속으로 더 깊게 깊게 굴을 파야 할까.
그 굴에서 샘이랄 것이 나올까.
의심

답이 나왔다.
여자는 저울의 왼쪽에 돌을 얹어둔다.
구렁이는 여자를 감쌌던 몸을 서서히 풀고 재처럼 사라졌다.

선행되어야 할 게 무엇인가
앞으로 뒤로 옆으로 구르다가
이내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이윽고 욕심을 내어보는 것인가

지루해질 때쯤
촉수 하나를 뻗어 두리번거리며 탐사 후
날카롭게 갈린 구렁이 이빨 같은 욕망을 드러내 보이는 것인가

그것이 누군가를 찌를 만큼 날카롭지 않더라도,
마모되어있거나 덜 갈려있더라도 상관 말고 찌르면 되는 것인가.

답이 나왔다
실행에 옮기면 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