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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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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한 인간 1 노란 케이크 인디핑크색 풍선 볼쇼이 발레단보다는 덜 화려한 네가 망가뜨린 분홍색 털 달린 하트 모양이 타조로 변한다. 저건 왜 타조 모양인 거야. 후발주자들은 애초에 어떤 형상이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겠지. 본질을 보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서. 2 새 애인과 헤어진 애인의 차이가 무엇인가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았다. 서로가 원하지만 결이 맞지 않을 때 각자 할 일을 하면 된다. 에너지 충돌 그리고 보급 그렇게 하는 거지. 필요해서 찾는 거지. 습관 피로한 인간들. 이만 헤어지는 게 좋겠다. 그럽시다. 상실 없이 생활은 마무리 된다. 내가 흡수한 것들이 빈자리를 채운다. 우리는 모두 습관이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지. 사랑하는 연습 섹스하는 연습 제 양껏 먹는 연습 자는 연습 눈을 보..
그러나 다들 지 새끼를 지킬 수는 없다. 1 붉은 실이 가득히 내려오는 곳 어미 새도 어미 코끼리도 함께 거닐며 공존하는 평화로워 보이는 세계. 그러나 다들 지 새끼를 지킬 수는 없다. 그럴 능력도 생각도 없다. 개 중 누구는 공생이 목적 개중에 누구는 기생이 목적 개중에 누군 생존이 목적. 2 차가운 나무 바닥에 섰다. 바닥의 한기를 견딜 수 없어 방석 위로 올라간다. 방석 위. 그들이 공기처럼 사라졌다 그들이 사는 세상. 헬륨 같은 사람들 헬륨가스가 빠져나간 후에는 쪼그라든 풍선만이 남아있다. 또 다른 헬륨을 찾아 나섰을까? 3 내성이 생긴 발가락에는 무슨 짓을 해도 고통이 없다.
생명만 존재하는 삶 벅찬 숨과 무거운 다리 그 사이에 설 곳이 어디에도 없으니 축축히 젖어 내려앉는 땅을 바라보고 그 안으로 침잠하여 몸의 무게를 느낀다. 지지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활자 속뿐이니 활자만을 가득히 쌓아두고 그 안에 묻히어 눈물로 글자들을 적셔간다. 어깨에 내려앉은 통증을, 그곳에 내려앉은 그림자를 벗삼아 숨만이 존재하는 하루를 또 살아낸다
덩어리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상 위 뒤엉킨 색의 고무찰흙을 응시하는 일. 꼬이고 꼬여 무슨 색인지 분간도 안되는 덩어리를 바라보는 일 덩어리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속이 메스꺼워진다. 시간을 업고 영토를 확장해오는 덩이. 덩어리는 기화되고 액화되어 방에 느리게 퍼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온 몸의 구멍을 막는 일 몸을 최대한 웅크려 덩어리의 그림자가 몸에 닿지 않게 노력하는 것 방안을 꽉 채운 괴랄한 덩어리가 숨을 조여 온다. 마지막 들숨. 그리고 날숨
항해 무슨 말을 내뱉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간사한 혀가 계속해서 날름거리는 채로 울렁거림 위에서 항해한다. 미련한 몸 울렁거림 위에서 짐짓 고상한 척하며 뒷짐 지고 양반 행세한다. 울렁거림과 항해한다. 구토는 디폴트.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그곳은 임시 바닥. 너도 나도 모두가 그 일렁거림 속에 섞여 흥청망청, 비몽사몽 몸을 가누지 못한다. 공중에 몸을 기대고 발바닥에 힘을 주어 지탱하지. 울렁거림 위에서 구토하며 어쨌든. 항해한다. 자의로, 타의로 이렇게, 저렇게 비몽사몽, 흥청망청, 닐리리야.
온당한 게 뭐냐고 물으셨죠 1 살덩이에 파묻히는 감각들을 온전히 느껴보다가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몸을 일으켰어요 분노와 자책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일찍이 깨달았는데 의지보다 관성이 강한 듯싶네요. 2 내게 던진 키워드에 네가 던진 실마리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아서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어두고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걷지도 못하는 개구리에게 그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3 온당한 게 무엇이냐고 물으셨죠. 죽음을 택하는 것이 반칙이라고 하셨죠 절망감과 호기심이 한데 뭉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오갈 데 없는 귀가 된다고 하셨죠
최대흐림 흐림 최대 흐림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흐르는 곳에 구덩이를 파고 몸을 숨긴다.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니 그 아무도 이곳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몸을 땅 밑으로 숨겨놓았으니 아무리 버둥거려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지. 어쩌면 다행일지도 무모하게 힘만 가득 주고 있다한들 어쩌면 다행일지도 흐르는 물은 썩지 않을 테니. 깊은 사유의 끝에 점이 있다면 그것에 위안을 받고 달릴 수 있을지도. 그곳에서 굳세게 움켜쥘 것은 일상이라는 것. 사유보다 습관이라는 것.
죽은 시인의 사회 돌고도는 시간 속에서 잠자코 있으면 될 일이지 왜 가장자리로 나가 투명막을 두드리냐고 물었다. 정신적인 경험을 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다른 차원에서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해답 없는 물음에 가슴에서 언어가 기체처럼 흘러나와 스밀 숙주를 찾아 헤맨다 스밈을 받드는 사람이 구제되는 것입니까?
씁 하; 1 쉼 없이 떠돌아다니고 육체와 정신은 일체 되지 않고 눈은 허공에서 먼지들을 부여잡고 부유한다. 유의미하지도 무의미하지도 않아. 멍청하게 웃으며 떠돌아다닌다. 씁 하'ㅇㅇㅇㅇㅇㅇㅇㅇ 2 24시간 동안 굴렀으며 24시간 그리고 몇 초가 지날 때 멈추었다. 귓가에 생경한 사운드들이 들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려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얕게 내쉰다. 씁 하 다시 구를 뻔했다. 애써 중심을 잡아 구를 메어둔다. 운율과 시공간이 생성되었다. 천천히 몸을 흙바닥에서 떼고 격정적으로 구르기 시작한다. 꽃초, 독초, 온몸에 느껴지는 으깨진 감각은 흙바닥이 아니었어. 독초와 꽃초가 엉켜 잘게 다져진 풀 바닥. 그 위에서 제 몸에 무엇이 엉켜 붙는지도 모른 채 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