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설하지 못하면 인간은 죽어

(43)
나쁜 피 나쁜 피 나쁜 피 나쁜 피라고 적혀 있는데 이걸 이해할 수 있겠어? 나는 그저 심장이 쥐 죽은 듯이 미세하게 뛰니까. 뛰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르니까. 혹시나 한 거야.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 언제나 문제였던 그 덩어리를 밖으로 꺼내 손으로 강하게 눌러댔다. 눌렀다 뗐다 눌렀다 뗐다. 눌렀다 뗐다 눌렀다 뗐다. 더 강력히 강하게 무자비하게 보란 듯이 눌렀다 뗐다 눌렀다 뗐다. 눌렀다 뗐다 눌렀다 뗐다. 반복 온몸이 흥건히 젖을 때까지 반복. 내 이 두 손으로 아주 강한 압박을 주어 펌프질 했다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몸부림. 동시에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몸부림. 내 두 팔을 쉬지 않고 격렬히 움직여댔다. 온몸이 흥건해졌다. 찐득. 역한 찐득함 속에서 나는 헤엄친다...
recompose } { resonance 물소리 현소리 물결 비브라토 그 위 안개처럼 덮이는 바람소리. 잦아드는 모든 자연의 소리 가운데 남은 것은 현소리의 울림. 그뿐이었다. resonance recompose 조각조각 파편들을 끼워 넣고 쓸데없다 여겨지는 부위들을 절단해낸다. 클래식. 그 이상을 기대하고 한 일은 아니다. origin 잘하려고 한 일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하는 짓도 아니다. 그저 재구성 혹은 resonance 해체, 조합, 재구성 재해석이 가능한 이벤트를 만든다. 들뜬 해석을 하거나 토론을 나눌만한 구간들이,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f minor. f 마이너를 택하겠습니다. 해석의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대는 열심히 했어요, 쏟아부었잖아요. 이제 맡기시면 됩니다. 공기에, 우주의 흐름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그..
검은 양은 아직 숨이 붙어있습니다. 검은 양은 아직 숨이 붙어있습니다. 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양이 나에게 다가와 자신도 담배 한 대 피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보송한 검은 양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양이 자신과 함께 살자고 하면 최소한의 필수품만 챙겨 그 풍만한 털 속으로 재빠르게 안길 셈이었다. 검은 양은 상당히 이성적인 편에 속했다. 차원이 다른 감성을 지닌 양이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에 초원은 꽤 험악했고 이성이란 게 그에게는 아주 그럴듯한 방편이었다. 양은 늑대는 물론이거니와 치타, 사자 그리고 작은 벌레도 조심해야 했지만 무엇보다 코요테를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했다. 그것들은 상상 이상으로 똑똑하고 지혜로웠으니. 그들 앞에선 조금 더 두껍고 잘 짜인 이성을 써야 했다. 고난의 연속. 그러나 주변의 양들은 그것이 고난..
공 사운드 약은 아주 잘 듣습니다. 밤만 되면 마취된 원숭이 마냥 픽 쓰러지니까요. 아니 다시 정정 픽 쓰러지지는 않습니다. 서서히 기운이 올라오며 멍해집니다. 그 멍함이 바보가 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어쩌면 공상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붕 뜬 느낌을 가지게 되니까요. 공 사운드가 들립니다. 웅장하고 낮은 종소리입니다 거대한 종을 스님들이 치는 모양이지요. 새벽 4시 반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멍한 것인지 몽롱한 것인지 나는 구름 위에서 긴장하는 중입니다. 구름은 폭신합니다. 그것이 나를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으리란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질문합니다 몽롱한 것이 마음에 들기도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여과 없이 내 할 말을 구름 위에서..
파란 점 네 욕망은 그런 형상이니 볼 수 없는 새파란 점 같은. 그 점을 좀 더 명료하게 보고 싶어 이곳저곳 팔을 벌리고 휘저었더니 점이 스러져간다. 불규칙하게, 무작위로 예측할 수 없는 그만의 규칙을 가지고서. 모른 척했어야 했나, 그랬다면 스러지지는 않았을까. 사전 예고도 없이. 숨어버리는 파란 점을 마주하며 살았다. 그러니 어찌 돌아버리지 않을 수 있겠어. 그래서 미쳐버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 파란 점이 커지든 없어지든 희미해지든 명확해지든지 간에 동요됨이 없이 흐르듯 나아가려고 나 자신을 마취시킨 것이다. 그것이 또 다시 예고 없이 들이닥쳐 네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볼 수도, 내 정면으로 다가와 낄낄대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볼 수도 있겠지. 기대는 없어. 자신의 몸을 쪼개어 가루로 만들거나, 또 다른 점..
타지마할이 뒤집혔고, 노란색 구렁이는 또다시 여자를 찾아냈습니다. 타지마할이 뒤집혔다. 타지마할은 뒤집혔고 여느 때와 같이 그것이 평화처럼 보이기도 혼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내 노란색의 구렁이가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여자를 찾아냈다. 구렁이가 등장할 때에는 정신을 평소보다 번쩍 차려야 한다는 것 그 어느 때보다도 척추를 단단하게 곧추세운다. 구렁이는 몸을 조여올 때마다 그의 아름다운 저울을 여자 앞에다 들이민다. 저울은 언제나 거슬리지만 여자는 그 순간을 진정 즐긴다. 노란 구렁이는 여전히 여자의 몸을 감싸고 있다. 그는 그러나 그녀의 숨이 완전히 막힐 정도로 감싸지는 않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어느 정도의 여지를 준다. 무엇을 택해야 할까. 그냥 두어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하나가 뒷방으로 물러난다는 것을 알지만 여자는 지금 시간이 없으니. 어떻게..
Birds do it, bees do it. Even educated fleas do it. Let's do it. Birds do it, bees do it. Even educated fleas do it. Let's do it. 1 첼로와 바이올린 첼로와 바이올린. 섹스한다 섹스. 몸을 뒤섞는다 모든 게 뒤섞여 하나가 되어버렸다. 찬란한 살 덩어리, 아름다운 여러 빛깔의 살덩이. 창조. 세상에 존재 않던 덩어리가 창조되었다. 이번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섞어버린다. 우리가 새로이 탄생시킨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없이 의자에 앉는다. 거죽을 벗어던진다. 힘껏 최대한 멀리.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게. 어떤 것들은 한 때 뒤섞일 뻔했지만 망설임과 두려움 혹은 불안감으로 인해 섞일 수가 없었다. 무엇에 대한 불신이었나 2 끊임없이 호스들이 연결되어 환상적인 정원을 형성한다. 호스를 통해..
우리 내기를 합시다. 밖으로 나와 달에게 말을 걸었지 내기를 하자고 23:28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거나 새로운 세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니까. 달에게 말을 걸었지. 내기를 합시다 우리 24:00 숨이 턱 막혀 밖으로 나가선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쓸기 시작했지. 쓸어도 잘 쓸리지 않는 낙엽 쓸기를 포기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맨손으로 줍기 시작했어. 길가엔 아무도 없었으니 내 빗자루질 소리만은 아주 크게 울려 퍼졌겠지. 5:00 누웠는데 천장이 내려앉을 듯이 나를 누르려 하기에 간신히 그곳에서 빠져나왔어. 일어서지는 못했어 천장이 거의 이마에 닿을 듯 내려앉았거든 옆으로 구르는 게처럼 탈출한 거야. 그리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며 자문했어. 10:50 끝없는 어둠을 즐기지 못했을 적, 한 구석에 웅크린 덩어리를..
Constellation ( Schubert Fantasie in F minor)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이어 석권하며 자리매김하고 있다. 만장일치 세계적 권위 압도적인 차이 2 위없는 1위 비상을 앞둔 거대한 그림자를 가진 작은 새의 추락 다시는 그 홀에 빠지고 싶지 않아. 작은 새는 이 세상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세계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알 수 없는 위치로 자리매김당했다. 그것이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 검은건반에 올려놓은 손이 또다시 떨린다. 그저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어. 그러나 작은 새는 자신의 큰 그림자를 굳이 굳이 등에 메고 또다시 무엇인가를 석권하러 가야 한다. 세계적 권위. 유서 깊고 권위 있는 그것들을 쟁취해내야 한다. 글을 쓰는 이는 가슴이 미어지지만 작은 새를 멈출 도리는 없다. 작은 새는 너도 나도 아니잖아. 비틀거리는 음악소리에 몸을 맡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