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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pose } { resonance 물소리 현소리 물결 비브라토 그 위 안개처럼 덮이는 바람소리. 잦아드는 모든 자연의 소리 가운데 남은 것은 현소리의 울림. 그뿐이었다. resonance recompose 조각조각 파편들을 끼워 넣고 쓸데없다 여겨지는 부위들을 절단해낸다. 클래식. 그 이상을 기대하고 한 일은 아니다. origin 잘하려고 한 일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하는 짓도 아니다. 그저 재구성 혹은 resonance 해체, 조합, 재구성 재해석이 가능한 이벤트를 만든다. 들뜬 해석을 하거나 토론을 나눌만한 구간들이,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f minor. f 마이너를 택하겠습니다. 해석의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대는 열심히 했어요, 쏟아부었잖아요. 이제 맡기시면 됩니다. 공기에, 우주의 흐름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그..
검은 양은 아직 숨이 붙어있습니다. 검은 양은 아직 숨이 붙어있습니다. 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양이 나에게 다가와 자신도 담배 한 대 피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보송한 검은 양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양이 자신과 함께 살자고 하면 최소한의 필수품만 챙겨 그 풍만한 털 속으로 재빠르게 안길 셈이었다. 검은 양은 상당히 이성적인 편에 속했다. 차원이 다른 감성을 지닌 양이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에 초원은 꽤 험악했고 이성이란 게 그에게는 아주 그럴듯한 방편이었다. 양은 늑대는 물론이거니와 치타, 사자 그리고 작은 벌레도 조심해야 했지만 무엇보다 코요테를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했다. 그것들은 상상 이상으로 똑똑하고 지혜로웠으니. 그들 앞에선 조금 더 두껍고 잘 짜인 이성을 써야 했다. 고난의 연속. 그러나 주변의 양들은 그것이 고난..
공 사운드 약은 아주 잘 듣습니다. 밤만 되면 마취된 원숭이 마냥 픽 쓰러지니까요. 아니 다시 정정 픽 쓰러지지는 않습니다. 서서히 기운이 올라오며 멍해집니다. 그 멍함이 바보가 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어쩌면 공상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붕 뜬 느낌을 가지게 되니까요. 공 사운드가 들립니다. 웅장하고 낮은 종소리입니다 거대한 종을 스님들이 치는 모양이지요. 새벽 4시 반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멍한 것인지 몽롱한 것인지 나는 구름 위에서 긴장하는 중입니다. 구름은 폭신합니다. 그것이 나를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으리란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질문합니다 몽롱한 것이 마음에 들기도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여과 없이 내 할 말을 구름 위에서..
파란 점 네 욕망은 그런 형상이니 볼 수 없는 새파란 점 같은. 그 점을 좀 더 명료하게 보고 싶어 이곳저곳 팔을 벌리고 휘저었더니 점이 스러져간다. 불규칙하게, 무작위로 예측할 수 없는 그만의 규칙을 가지고서. 모른 척했어야 했나, 그랬다면 스러지지는 않았을까. 사전 예고도 없이. 숨어버리는 파란 점을 마주하며 살았다. 그러니 어찌 돌아버리지 않을 수 있겠어. 그래서 미쳐버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 파란 점이 커지든 없어지든 희미해지든 명확해지든지 간에 동요됨이 없이 흐르듯 나아가려고 나 자신을 마취시킨 것이다. 그것이 또 다시 예고 없이 들이닥쳐 네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볼 수도, 내 정면으로 다가와 낄낄대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볼 수도 있겠지. 기대는 없어. 자신의 몸을 쪼개어 가루로 만들거나, 또 다른 점..
타지마할이 뒤집혔고, 노란색 구렁이는 또다시 여자를 찾아냈습니다. 타지마할이 뒤집혔다. 타지마할은 뒤집혔고 여느 때와 같이 그것이 평화처럼 보이기도 혼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내 노란색의 구렁이가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여자를 찾아냈다. 구렁이가 등장할 때에는 정신을 평소보다 번쩍 차려야 한다는 것 그 어느 때보다도 척추를 단단하게 곧추세운다. 구렁이는 몸을 조여올 때마다 그의 아름다운 저울을 여자 앞에다 들이민다. 저울은 언제나 거슬리지만 여자는 그 순간을 진정 즐긴다. 노란 구렁이는 여전히 여자의 몸을 감싸고 있다. 그는 그러나 그녀의 숨이 완전히 막힐 정도로 감싸지는 않는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어느 정도의 여지를 준다. 무엇을 택해야 할까. 그냥 두어도 결국에는 어떻게든, 하나가 뒷방으로 물러난다는 것을 알지만 여자는 지금 시간이 없으니. 어떻게..
Birds do it, bees do it. Even educated fleas do it. Let's do it. Birds do it, bees do it. Even educated fleas do it. Let's do it. 1 첼로와 바이올린 첼로와 바이올린. 섹스한다 섹스. 몸을 뒤섞는다 모든 게 뒤섞여 하나가 되어버렸다. 찬란한 살 덩어리, 아름다운 여러 빛깔의 살덩이. 창조. 세상에 존재 않던 덩어리가 창조되었다. 이번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섞어버린다. 우리가 새로이 탄생시킨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없이 의자에 앉는다. 거죽을 벗어던진다. 힘껏 최대한 멀리.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게. 어떤 것들은 한 때 뒤섞일 뻔했지만 망설임과 두려움 혹은 불안감으로 인해 섞일 수가 없었다. 무엇에 대한 불신이었나 2 끊임없이 호스들이 연결되어 환상적인 정원을 형성한다. 호스를 통해..
우리 내기를 합시다. 밖으로 나와 달에게 말을 걸었지 내기를 하자고 23:28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거나 새로운 세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니까. 달에게 말을 걸었지. 내기를 합시다 우리 24:00 숨이 턱 막혀 밖으로 나가선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쓸기 시작했지. 쓸어도 잘 쓸리지 않는 낙엽 쓸기를 포기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맨손으로 줍기 시작했어. 길가엔 아무도 없었으니 내 빗자루질 소리만은 아주 크게 울려 퍼졌겠지. 5:00 누웠는데 천장이 내려앉을 듯이 나를 누르려 하기에 간신히 그곳에서 빠져나왔어. 일어서지는 못했어 천장이 거의 이마에 닿을 듯 내려앉았거든 옆으로 구르는 게처럼 탈출한 거야. 그리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며 자문했어. 10:50 끝없는 어둠을 즐기지 못했을 적, 한 구석에 웅크린 덩어리를..
Constellation ( Schubert Fantasie in F minor)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이어 석권하며 자리매김하고 있다. 만장일치 세계적 권위 압도적인 차이 2 위없는 1위 비상을 앞둔 거대한 그림자를 가진 작은 새의 추락 다시는 그 홀에 빠지고 싶지 않아. 작은 새는 이 세상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세계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알 수 없는 위치로 자리매김당했다. 그것이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 검은건반에 올려놓은 손이 또다시 떨린다. 그저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어. 그러나 작은 새는 자신의 큰 그림자를 굳이 굳이 등에 메고 또다시 무엇인가를 석권하러 가야 한다. 세계적 권위. 유서 깊고 권위 있는 그것들을 쟁취해내야 한다. 글을 쓰는 이는 가슴이 미어지지만 작은 새를 멈출 도리는 없다. 작은 새는 너도 나도 아니잖아. 비틀거리는 음악소리에 몸을 맡겨. 그..
효율적인 땅콩 껍질 까기 땅콩 껍질을 벗겨내고 벗겨내어도 땅콩이 나오질 않아요 이번에 얻은 땅콩 껍질은 지금까지 세 번 벗겨보았는데 한 번 더 벗겨 봐야겠지요. 제가 두려워 하는 것은 땅콩 껍질을 한 번 더 까 보았는데 땅콩이 나오지 않는 것. 그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에요. 땅콩 껍질 속에 물컹한 초록색의 완두콩이 들어있을까 봐 두려운 것이지요. 두렵다는 감정이 제가 느끼는 이것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단어인지 모르겠네요. 껍질 까기를 좀 미뤄도 될지요. 판단이 잘 서지를 않아요. 결국엔 제 선택이겠지만요. 조언이랄 것까진 없고, 혹시나 혹시나 하고 찾아온 거예요. 혹 방도랄 게 있을지. 여쭤보러 왔어요. 땅콩 껍질 까기를 '효율적'으로 미루는 법이 있을까 해서요. 저는 사실 그 껍질은 지금 벗기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
쉿, 여전히 대부분은 그것을 몰라. 12:55-1:12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다.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물로 떨어진다. 차갑지도 미지근하지도 물 같지도 않은 그 강물로 말이다. 웅웅 거리는 소리가 감정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이제는 귀를 마비시키고 있다. 마비된 귀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노이즈마저도 들을 수가 없다. 그건 네 탓도 내 탓도 그 소리의 탓도 아니다 그래도 계속 웅웅 잠깐 이게 진짜 웅웅 소리가 맞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시점, 망각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물 같지도 않은 이상한 차원의 강물로 온 몸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 떨어지고 있지만 추락하는 느낌은 없다. 대신 어딘가로 흡수된다. '흡수' 가 추락의 자리를 메운다. 웅웅 선율이 흐르고 선율이 이끌고 선율이 조정하고 무섭지. 두려워해야 하는 ..
고공 고공 그 사이에 빛 한줄기 슉 고공 긴장감 그 사이로 빛 슉 낮아지는 기압 불안감, 그 속에서 끝없이 맴도는 빛 한줄기 슉 물리적인 크기를 가진 것은 보이지도 않는데 여러방향에서 압박하는 힘과 대항한다. 지탱하고 지지하고 대응하고 대항하고 그러나 대면은 없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무기력한 싸움 또 다시 빛 한줄기 슉 그것들은 입자가 되어 퍼지거나 그것들은 뭉쳐 덩어리가 되거나 어쨌거나 당도. 비행이 끝나거든 결국에는 당도.
고개 숙인 해바라기 향을 맡아보았니 슬며시 잡아 터뜨리고 꽉 잡아 터뜨리고 나는 너를, 당신을 끝도 없이 괴롭힌다. 네가 언제 나를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다. 기름 물 섞일 수도, 섞이지도 않을 둘이 섞여 네 안을 그득히 채웠다. 물이 우위를 점하였나 물은 원을 만들어 그 속에 기름을 가두었다 나는 네가 다시 보이기를 희망하고 기대하고 기다렸다 이번엔 꾹 눌러 터뜨린다. 네가 어찌할 바를 몰라 몸을 숨긴다 너는 이미 발각되었다 혹한 추위가 분명한 그곳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네가 웅크려 있었다 노란 얼굴을 쳐들고 노란 바닥에 웅크려 노란빛을 쬐고 있더라. 그런 네 앞에 해바라기를 놓아두었다 그것이 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을까 존중 연민 안심 죄책감이었을까 해바라기는 잎과 뿌리가 절단된 채로 그 머리만을 또다시 쳐들고 있었다 그 머리..
더 정확히 세분화해서 말해볼까 눈꺼풀이 내려오는데. 사실 눈꺼풀의 온도는 올라갔어 더 정확히 세분화해서 말해볼까. 동공을 기준으로 양 옆의 눈알은 감각이 사라지고 있지만 물컹하지는 않아. 아직까진 나를 보호할 정도로 강인하지. 동공 부분에는 조금씩 눈물이 고이는 느낌이 들어 하지만 그것들이 새는 일은 없을 거야. 조금 차다가 또다시 마르겠지. 이건 예측이 아닌 확신.
a386408 a386408 은 이윽고 몸의 구분이,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실제 그럴지도 몰라서 그는 자신을 들여다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가슴은 배꼽을 향해 점점 처져가고 배는 그 처짐과 비례하여 점차 부풀고 있었다. 머지않아 이 둘은 하나가 될 것이다. 배에 젖꼭지가 달리게 되리라. 목과 어깨도 사정이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더 이상 자신에게 '목'이라는 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감각과 생각은 점차 그 범위를 확장시켜 그를 압박했다. 이제 그의 몸은 몸뚱이에서 과도하게 삐져나온 팔과 다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위가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그것이 실제인지 망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 모든 것들을 자신이 감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겐 너무나 귀중했다. 이내 모든..
1분, 17번과 23번의 하품 뿌옇고 흐리멍덩해진 오른쪽 눈으로 바라본 지점 형광등 불빛이 가득한 방 안에서 블라인드가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저 집 어른이 장난을 치는 것일까. 놀이를 하는 것일까. 오른쪽 눈이 이보다 더 명료하게 저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면 만족스러웠을까.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도 상황은 변화가 없지. 악화되거나 나아질 기미없이 몇 초전, 몇 분 전, 며칠 전과 같은 상태. 딱히 시간이랄지 기간이랄지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닦아도 닦일 생각을 않는 오른쪽 눈알 덕택에 하품을 1분에 17번.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생각. 찡긋거리는 오른쪽 눈을. 이 눈알을 데리고 버텨야 한다. 버텨야 할까? 단숨에 파내버리면 조금 시원하지 않을까. 그것이 찰나일지라도 파내는 그 순간만큼은 조금 시원치 않을까. 푹 파인 홀에 찬..